2019년, 더크로스(THE CROSS)의 보컬 김혁건(KIM HYUK GUN)은 박사 논문에서 파사지오의 연결을 "발성에서 가장 중요한 테크닉 중 하나"로 꼽았습니다. 파사지오의 연결 실력은 가창 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로 쓰일 만큼 중요하다는 것입니다.
이 글은 연재 열일곱 번째 편으로, 고음에서 소리가 꺾이는 구간 — 파사지오 — 의 원리를 정리했습니다. 1편에서 본 이 논문의 결론, "복식호흡이 파사지오 구간을 극복하는 중요한 요인"의 바탕이 되는 절입니다. 파사지오를 넘는 숨, 아포지오는 18편에서 이어집니다.
01.소리가 꺾이는 곳
파사지오는 영어로 'passage area'에 해당하는 이탈리아 성악 용어로, '지나감', '지나가는 길', '과정'이라는 뜻입니다. 파사지오 구간에서는 진동수와 음색의 변화를 기준으로 음역을 나눠 연습해, 소리가 중간에 꺾이지 않고 한 길로 유연하게 이어지게 합니다. 꺾이는 지점을 영어로 'breaking point', 이탈리아어로 'punto di rottura'라고 부르고, 이 지점을 덮어(커버해) 노래가 흐르게 하는 것이 파사지오의 연결입니다.
| 용어 | 뜻 |
|---|---|
| 파사지오(passaggio) | 저·중·고의 서로 다른 성구를 잇는 구간과 그 발성 기술 |
| breaking point / punto di rottura | 소리가 꺾이는 지점 |
| 혼성구 | 저음과 고음역이 이어지는 중음역(논문 각주의 파사지오 풀이) |
논문은 성인 남성의 경우 대개 2옥타브 파(F4) 즈음에서 고음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적습니다(2옥타브 도 = C4, 1편의 표기). 음을 올리다 음 이탈(pitch break)이 생기면, 그 음의 앞뒤가 파사지오를 해야 하는 자리입니다.
파사지오는 같은 사람이라도 소리를 쓰는 방법이나 몸 상태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고, 남성과 여성 사이에도 차이가 있습니다. 여성과 남성은 성대의 길이가 다르고 여성의 후두가 더 짧기 때문입니다.
02.남성의 두 개의 파사지오
성구의 구분은 8편에서 봤습니다. 미국 성악가 리처드 밀러를 따라, 논문은 남성의 목소리에 두 개의 파사지오가 있다고 설명합니다.
| 첫 번째 파사지오(Primo) | 두 번째 파사지오(Second) | |
|---|---|---|
| 자리 | 흉성구와 중성구 사이 | 중성구와 두성구 사이 |
| 성대 | 중성구 쪽으로 갈수록 윤상갑상근이 점차 수축해 갑상연골과 윤상연골이 움직이고, 성대 길이가 조절되며 얇아진다 | 첫 번째보다 성대 근육이 더 수축한다 |
| 공명 | 흉성구에서는 하인두 공명을 더 쓰므로 이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 | 비강과 상인두 쪽 공명강을 써서, 소리가 더 좁혀진 상태로 나온다 |
여성의 파사지오는 더 세분됩니다. 밀러는 목소리의 무게(가벼운 소리, 무거운 소리)와 느낌(서정적, 극적)에 따라 전환점이 달라진다고 보고, 드라마티코·스핀토·레쩨로·리리코로 나눴다고 논문은 소개합니다. 여성은 논문이 C♯5에서 F5까지를 중성구와 두성구 사이의 파사지오로 보고, 두 성구를 잘 섞은 소리를 써야 한다고 정리합니다.
남성 성종별 위치는 논문이 표로 싣습니다. 각 성종의 두 파사지오는 완전4도 간격이고, 테너에서 바리톤·베이스로 갈수록 낮은 음에 있습니다.
| 성종 | 첫째(primo) 파사지오 | 둘째(secondo) 파사지오 |
|---|---|---|
| Tenore leggiero | E4 (E♭4) | A4 (A♭4) |
| Tenore lirico | D4 | G4 |
| Tenore spinto | D4 (C♯4) | G4 (F♯4) |
| Tenore drammatico | C4 (C♯4) | F4 (F♯4) |
| Baritone lirico | B3 | E4 |
| Baritone drammatico | B♭3 | E♭4 |
| Basso cantabile | A3 | D4 |
| Basso profondo | A♭3 | D♭4 |
자료: 김혁건(2019) 표15 '남성 파사지오의 위치'를 재구성. 원표의 옥타브 표기 누락·오기를 바로잡았습니다(각 성종의 두 파사지오는 완전4도 간격).
03.파사지오가 일찍 오는 세 가지 이유
같은 사람에게서도 파사지오의 위치는 움직입니다. 논문이 꼽는 요인은 셋입니다.
| 요인 | 파사지오가 | 이유 |
|---|---|---|
| 저음에서의 성대 접촉 | 접촉이 많을수록 일찍 온다 | 그래서 바리톤보다 베이스가, 테너보다 바리톤이 먼저 파사지오를 맞는다 |
| 소리의 세기 | 강한 소리일수록 낮아지고, 약한 소리일수록 높아질 수 있다 | 강한 소리는 호흡 압력과 성대 접촉을 함께 늘린다 |
| 모음 | 이 → 에 → 아 → 오 → 우 순서로 낮은 음에서 온다 | 모음에 따라 혀와 입술이 바뀌며 후두가 이 순서로 낮아진다. 숙달될수록 모음의 영향을 조절해 비슷한 음에서 맞출 수 있다 |
연습실에서 같은 음인데 어떤 날은 넘어가고 어떤 날은 꺾인다면, 이 세 가지 — 저음을 얼마나 무겁게 냈는지, 얼마나 세게 불렀는지, 어떤 모음이었는지 — 를 먼저 살펴볼 수 있습니다.
04.성구 균형의 다섯 가지 모습
파사지오를 넘으려면 성구의 균형이 필수입니다. 균형 없이는 성구 사이의 이동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. 논문은 레이드의 분류로 성구 균형을 다섯 가지로 정리합니다(논문 표14).
| 유형 | 상태 | 평가 |
|---|---|---|
| ① | 각 성구가 충분히 발달하고 원활히 결합해 완전히 대등한 관계 | 이상적 |
| ② | 두 성구를 귀로 들으면 구분할 수 있는 상태 | 이상적이지는 않으나 양호 |
| ③ | 팔세토만 쓰고 흉성은 완전히 빠진 상태 |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음 |
| ④ | 흉성만 쓰고 팔세토는 빠진 상태 |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음 |
| ⑤ | 각 성구가 따로 충분히 발달하기 전에 처음부터 결합된 상태 — 겉보기에는 그럴듯함 | 가장 바람직하지 않음 |
자료: 김혁건(2019) 표14 '파사지오 성구 균형의 유형'을 재구성.
⑤가 가장 나쁘다는 점이 눈여겨볼 대목입니다. 그래서 논문은 흉성구·중성구·두성구를 따로 연습해 각각을 키운 뒤 다시 결합하는 훈련으로 파사지오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정리합니다. 8편의 '나눠서 익히고, 다시 잇는다'가 이 표에서 나옵니다.
05.파사지오를 하지 않은 소리
논문은 파바로티의 경고를 소개합니다. 파사지오를 하지 않은 채 오랫동안 소리를 내면 20대 성악가라도 소리가 나이 들게 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. 그리고 파사지오를 하면 저음부와 고음부의 음색이 같아지면서, 사람이 낼 수 있는 가장 낮은 소리인 흉성으로 노래하는 것 같은 음색을 갖게 된다고 적습니다.
저음과 고음이 같은 음색으로 이어지는 것 — 파사지오가 잘된 소리를 논문은 그렇게 설명합니다. 공통적으로 저음에서 두성과 흉성을 섞어 쓰는 발성법을 익히는 것을 가창의 주된 목표로 꼽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.
06.오늘의 연습
논문과 강좌가 짚은 점을 연습할 때 확인할 항목으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.
- 내 꺾이는 음 찾기 — 음을 올려 가다 음이 이탈하거나 음색이 갑자기 바뀌는 음을 적습니다. 음 이탈이 생기면 그 음의 앞뒤가 파사지오를 할 자리입니다(01절, 논문 인쇄 p.116). 6편에서 표시해 둔 음과 비교합니다.
- 모음 바꿔 보기 — 같은 음계를 '이'와 '우'로 각각 불러 보고, 꺾이는 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봅니다(03절 모음 요인, 논문 인쇄 p.120–121).
- 세기 바꿔 보기 — 같은 음계를 여리게 한 번, 세게 한 번 부릅니다. 세게 부를 때 꺾이는 음이 더 낮아지는지 확인합니다(03절 세기 요인, 논문 인쇄 p.120).
- 따로 키우고 다시 잇기 — 흉성 쪽 음역과 두성 쪽 음역을 각각 따로 연습한 뒤, 다시 결합합니다(04절, 논문 인쇄 p.119).
이 편에서 함께 볼 강좌는 시즌2 11화 '반가성'입니다. 강좌 설명에는 반가성 = 혼성구 = 빠사지오(남성 F음 기준), 그리고 아포지오(Support와 Hold)가 적혀 있습니다. 남성 F음 기준은 01절 논문의 '2옥타브 파(F4) 즈음'과 맞닿아 있습니다.
07.다시 보기
성구의 구분과 가성은 8편 · 가성과 성구에, 파사지오를 넘는 숨 — 아포지오 — 와 고음은 18편 · 고음과 아포지오에 이어집니다. 최고음이 3옥타브를 넘는 'Don't Cry' 같은 노래는 더크로스 'Don't Cry': 2003년 원곡과 2023년 20주년 버전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.
꺾이는 음은 끝이 아니라 표시입니다 — 그 앞뒤가 이어 갈 길입니다.